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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 ▼/▷ 회계사 KICPA 최종 기록

첫번째 2차 시험 결과 발표 후기

by 서나 seona_ya 2022. 8. 27.

22.08.25 

이미 어제부터 극도의 긴장감에 사로잡혀 제대로 된 생활이 되지 않았다.

입맛이 뚝 떨어졌으며 잠도 자지 못했다.

1분이 1시간처럼 흘렀고 평소에 그렇게 즐겁던 유튜브 시청도 재미가 없었다.

 

2차 시험을 치루고 난 후에는 육체적으로 너무 지쳐서 가채점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나의 점수가 전-혀 예상이 되지 않은 상태로 2달을 보내며

설마 다유가 나오겠어? 라고 아무 근거 없는 자신감에 딱히 불안한 적도 없었다.

 

그런데 발표일이 다가올수록 초조해기 시작하더라.

설마 다유가 나올까?

3유뜨는거 아닌가?  

아니다 왠지 다유가 뜰것같다  

아니다 돌이켜보면 시험을 잘친것도 아니였다  

다유가 확실하다

 

순서로 생각이 점점 부정적이 되었고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그렇게 밤을 지새우고 발표 시간까지 도저히 집에만 있을 수 없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겨우 먹은 소량의 음식도 다 토해내고 심장이 터져 죽을 것 같았다.

어디 절이라도 가서 기도라도 드려야지.

 

아버지께 현재 나의 상태를 말하기도 버거워서 그냥 조용히 혼자 나가려는데

어디가냐 물으셔서 거짓말을 할 수 없어서 그냥 

'기도하러 가려고' 했더니

별 말씀 없이 '같이 가자' 하시더라

 

내가 불안해 하는걸 아시면 같이 불안해하실테고

괜히 내 괴로움을 전파하는 것 같아서 아무 말도 안했는데

이미 내가 어떤 상태인지 아시는 눈치였다.

 

절에 가는 내내 시험에 대한 이야기는 한 마디도 하지 않으셨고

난 그게 너무 감사했다. 아주 잠시라도 그 생각을 잊게 해주셔서.

경주 기림사
경주 골굴사

평소에는 절에 가도 기도는 드리지 않고 돌아보기만 하고 나오는 아버지가 나와 함께 절을 하는 모습을 봤다.

그 순간에는 나의 좋을 결과를 나 만큼이나 간절히 원하고 계시구나. 

라는 생각 외엔 깊은 생각은 없었다.

왜냐하면 내 심장은 여전히 터질 것 같았고 몇시간 뒤에 있을 결과발표가 내 머릿속에 더 크게 자리잡고 있었으니.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죄송스럽고, 감사하고, 눈물이 흐른다.

 

재무관리는 이미 불합격을 인지하고 있었고 회계감사는 시험응시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최소 2유예이다.

2유예가 나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3유예가 나와도 좋다고 생각했다. 

뭐가 됐든 1차 시험을 다시 치는건 너무 끔찍했기 때문에.

다유만 면하게 해달라고 빌었다.

 

-

 

 

집에오니 아직도 2시 밖에 되지 않았다.

그렇게 또 3시간... 괴로웠다.

심장이 빠르게 뛰는 이 느낌이 이틀째 지속되니 속이 울렁거렸다.

 

16:30

이상하게 4시가 넘어가니 시간이 빨리 흘렀다.

 

16:53

통계자료가 떳다는 얘기가 카톡방에 올라왔고 이제 진짜 발표가 나는구나

 

16:55

조회가 되지 않는다. 사람이 몰려서 사이트가 느려졌다.

 

16:57

창이 떳고 도저히 5과목 점수를 한번에 볼 용기가 나지 않아서 손으로 가렸고 한과목씩,,

한과목씩,,

 

원/잼/감 3유예

다유만 면하게 해달라고 빌어서 정말로 3유예를 주신걸까

아니다 그래 다유 안나온게 어디냐

 

그와중에 세법 점수는 참 놀랍고

원가 점수도 놀랍다.

아마 내가 공부량 밸런스를 못맞춘것같다.

 

원가 58점이 너무 아쉬워서 아직도 머릿속에 맴돌지만

이 바닥에 나보다 아쉬운 사람이 널리고 깔렸는데 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실제로 친한 동생은 나보다 훨씬 더 아쉬운 결과를 받았는데도 

'한번 더 하면 되죠 이미 나온 결과 어쩔수 없잖아요' 

라고 덤덤하게 말하는데 

나이가 어려도 나보다 성숙하구나 싶었다.

당연히 이성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해야하는걸 알지만 

막상 그 상황이 되었을때 그렇게 행동할 수 있는건 또 다른 문제인데,

물론 그 친구도 혼자서는 힘들지도 모르지만 

어쨋든 오늘 나에게는 큰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바라던 다유를 면했잖아

오늘 낮동안 느꼈던 그 간절함을 잊지말자.

 

내 고시 생활 마지막 10개월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당당하게 마무리 지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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