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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1 리뷰

by 서나 seona_ya 2023. 8. 8.


한국을 넘어 세계를 사로잡은 K-힐링소설 대표작
 
줄거리
자신의 과거를 잊은 노숙자인 중년 사내가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자신의 트라우마에 부딪힌다.
그 와중에 경쟁에서 밀려 언제 문 닫을지 모르던 편의점의 매출이 점진적으로 증가하는데 왜일까?
 
초판 2020.04.20
지은이 김호연
한국소설
 
작년부터 읽고 싶었던 책 이었다. 
하지만 워낙 인기를 끈 책이라 도서관 예약이 줄줄이 대기 중이었고 그렇게 읽을 타이밍을 놓쳤는데
한 해가 지나고 다시 찾게 되었다. 지금도 여전히 대여 예약이 있을 정도로 인기인 책.
과연 어떤 내용일까. 
 
-
 
생각해 볼 장면
 
1.
 
편의점의 사정을 모르는 경만에게는 독고가 편의점 사장으로 보인다.
악취에 덥수룩한 수염과 머리, 걸레 빤 물로 빤 듯한 옷을 입고 다니던 독고가
누군가의 시선에는 이미 자산을 확보하고 여러개의 편의점을 운영하는
느긋하고 여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중년으로 비추어지고 심지어 그에게 경만은 무력감까지 느낀다.
 
실상은 아닌데 겉 보기에는 그래 보이는 것 요즘 참 많이들 느끼는 것 아닐까.
혹은 자존감이 나락으로 떨어진 경만에게는 얼마전까지 노숙자였던 자 조차도 자신보다 월등히 나은 사람으로 보이게 되는걸까.
 
2.
 
모두가 잠들었을 것만 같은 새벽에 독고의 손길로 인해 따뜻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엇나가고 있는 청소년 짜몽,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왕따인 경만, 제대로 된 작품 하나 없는 작가 인경 등..
손님들은 독고를 처음 봤을 때 거부감을 느낀다. 
불편한 편의점이라 투덜거리며 그의 말을 비꼬아 받고 혼자 해석한다. 
하지만 어느새 그에게 빠져들고 자신의 고민을 훌훌 이야기 하며 돌아보면 갖고 있던 고민이 해결 되어 있다.
 
사람들과 교류하지 않고 차갑게만 살아가던 독고와 그와 마찬가지 였던 사람들이 소통 하면서 나타나는 변화들
 
3.
 
사실 엊그제만 해도 서울역의 냄새 풍기던 노숙자가 갑자기 멀끔해져
먼저 다가가고 싶은 흥미를 돋구는 부분은 조금 공감이 가지 않았다.
서울역이든 영등포역이든 그 곳에 있는 노숙자들을 많이 봤었는데 상상 그 이상이다.
아무리 교직에 수십년을 몸담고 엊나가는 제자들을 바른길로 인도하면서 삶의 의미를 찾아왔던 자 라고 해도 
노숙자의 행색을 보면 다가가기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그들도 이 소설에서 처럼 순순히 말을 듣지 않을 것..
더군다나 '급똥' '지리다' 와 같은 말을 사용하거나 지하철의 민폐 승객을 처리(?)하는 부분 등은
유쾌하면서도 정의로운 사도를 인위적으로 표현하는 듯해서 좀 이질감이 느껴졌다. 
게다가 알고보니 독고의 이전 직업은.. 순간 엥 뭐야? 싶었다.
 
어쩌면 지금 이런 생각을 하는 나도 소설 속 등장하는 단골 손님들 처럼 편견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

 

"가족도 인생이란 여정에서 만난 서로의 손님 아닌가? 귀빈이건 불청객이건 손님으로만 대해도 서로 상처주는 일은 없을 터였다." -251p-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 -252p-
"다들 너무 자기 말만 하잖아. 모두 잘난 척 나는 척 떠들며 살아. 그래서 지구가 인간들 함구하게 하려고 이 역병을 뿌린 것 같아" -263p-


한국 소설인데다가 우리 일상에 깊에 자리 잡고 있는 편의점을 배경으로 이뤄지는 이야기라 상당히 친숙하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옥수수 수염차, 참깨라면, 참이슬 등
우리나라 국민으로서 모르기가 더 어려운 친숙한 제품들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소설 속에서 해당 제품들은 하나 같이 중요한 가치를 담고 있다.
술 대신 옥수수 수염차는 나를 아프게만 하던 세상인 술을 끊고 옥수수 수염차를 마시면서
인생의 소중함에 대해 깨닫게 해주는 매개체 같은 역할을 하는데 한편으론 옥수수 수염차가 독고를 의미하는게 아닌가 싶다.
누군가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는 그냥 흔해빠진 것이지만 어느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가치 혹은 의미가 있는 것이거늘.
 
독서를 마치며.
 
우리는 늘 멀리서 행복을 찾는다는 말 참 많이 들었는데 늘 별생각이 없었다.
그런데독고를 통해 조금은 그 의미를 알게 되었다.
관계와 소통이 곧 행복이고 그로 인해 인간은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삶의 의미를 찾고 이로운 삶을 살수도 있다는 것.
세상으로부터, 자신으로부터 외면 당했던 독고에게 손을 내민 사장이 있었기에 
독고가 자신을 되돌아보고 다시 일어날 힘을 얻게 되었다. 
그만큼 우리 삶에 관계는 참 대단하고 의미 있는 것이다.
 
없는 것도 많고 이래저래 불편한 편의점 
하지만 손님들은 그 곳에서 가장 편안함을 느낀다.
그곳에서 진심어린 관계와 소통이 이루어 졌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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